고백합니다, 저는 성소수자입니다
이 글은 ‘정체성 선언’이 아니라, 어느 날 내 감정이 낯설게 느껴졌을 때 겪게 되는 혼란·부정·갈등·수용의 과정을 1인칭으로 풀어낸 기록이다. (키워드: CD, 게이, 트랜스젠더 등)
📌 목차
1) 처음 든 생각: “어? 이건… 내가 알던 나랑 다른데?”
이 제목을 쓰고 나서 한참을 멈춰 있었다. 사실 이 말은 지금의 나를 정확히 설명하는 문장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 문장을 쓰는 데는 이상할 정도로 손이 떨렸다.
영화 한 장면이었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을 바라보던 순간이었을 수도 있다. 혹은 “왜 저 감정이 불편하지?”라는 아주 작은 질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어? 이건… 내가 생각하던 나랑 다른데?”
2) 부정의 단계: “그럴 리 없어”
처음엔 부정이었다. “아니야, 그냥 착각이야.” “요즘 피곤해서 그래.” “그럴 리 없어.”
사람은 자기가 익숙한 정체성에서 벗어나는 걸 본능적으로 두려워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나, 내가 선택해온 말과 행동, 타인에게 보여준 이미지. 그 모든 것이 한 번에 흔들릴 수 있다는 느낌이 들면, 생각보다 쉽게 현실을 밀어낸다.
3) 계산의 단계: 관계·시선·미래가 한꺼번에 밀려올 때
그다음은 계산이었다.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그러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사람들이 알면?’ ‘부모님은?’ ‘친구들은?’
이 단계에서 감정은 점점 복잡해진다. 슬픔도 아니고 분노도 아니고, 그렇다고 명확한 두려움도 아니다. 그냥… 내가 내가 아닌 것 같은 기분.
4) 조용해지는 마음: 숨을 내려놓는 순간
이상한 건, 혼란의 한가운데서도 마음 한편이 묘하게 조용해진다는 점이었다. 마치 오래 억지로 잡고 있던 숨을 조금 내려놓은 것처럼.
“혹시 이걸 인정하면, 오히려 덜 힘들어지는 건 아닐까?”
5) 인정은 용기라기보다 ‘그만 속이기’
물론, 인정은 단번에 오지 않는다. 인정은 용기라기보다 포기와 비슷한 감정에 가깝다.
‘이제 더는 속이지 말자.’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다.’ ‘정답을 정하지 않아도 된다.’
남자를 좋아할 수도 있고, 여자를 좋아할 수도 있고, 둘 다일 수도 있고, 지금은 모르겠을 수도 있다. 그 모든 상태는 “미완성”이 아니라 “진행 중”일 뿐이라는 걸, 조금 늦게 깨달았다.
6) 내가 진짜 무서웠던 건 ‘성향’이 아니라 ‘그 이후의 나’
사실 우리가 진짜 두려워하는 건 성향 그 자체가 아니다. 우리가 무서워하는 건 “그걸 알게 된 이후의 나”다.
- 관계가 달라질까 봐
- 존중받지 못할까 봐
- 이전처럼 웃지 못할까 봐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스스로를 속일 때보다, 스스로를 인정했을 때 사람은 더 단단해진다. 적어도, 거울을 볼 때 도망치지 않아도 되니까.
7) 마지막: 이 글이 ‘선언문’이 아닌 이유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아직도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나는 성소수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혹은 그런 구분 자체가 지금의 나에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건 이것이다. 어떤 감정을 느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비슷한 혼란을 겪고 있다면, 당장 이름을 붙이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정의하지 않아도, 설명하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
🎯 한 줄 정리
고백은 누군가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가끔은 자기 자신에게 먼저 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FAQ) 사람들이 자주 하는 질문
Q1. 이 글은 ‘커밍아웃’ 글인가요?
아니. 이 글은 “나는 ○○다”라고 딱 잘라 말하기보다, 혼란 → 부정 → 갈등 → 수용으로 이어지는 감정의 과정을 정리한 글이야.
Q2. 확신이 없으면 ‘아닌 척’해야 하나요?
확신이 없다는 건 이상한 게 아니야. 오히려 사람 마음은 원래 변하고, 확인하고, 다시 정리되는 과정이 자연스러워. 중요한 건 스스로를 억지로 몰아붙이지 않는 것.
Q3. 주변에 말해야만 마음이 편해질까요?
꼭 그렇진 않아. 말하는 타이밍은 ‘정답’이 아니라 ‘안전’이 먼저야. 지금은 내 마음을 이해하는 것부터 해도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