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명 숨지게 한 ‘시청역 역주행 돌진’ 운전자, 대법서 금고 5년 확정
· 2024년 7월 서울 도심에서 9명을 숨지게 한 ‘시청역 역주행 돌진 사고’ 운전자 차씨(69)에게
· 대법원이 금고 5년 형을 최종 확정했습니다.
· 1심: 금고 7년 6개월 → 2심: 상상적 경합 인정, 금고 5년 → 대법원: 원심 확정.
사고 개요 – 역주행 후 인도로 돌진, 9명 사망·5명 부상
사고는 지난해 7월 1일 오후 9시 26분쯤 발생했습니다. 차씨는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호텔 지하 주차장에서 승용차를 몰고 나와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했습니다.
이후 차는 그대로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와 차량 두 대를 잇달아 들이받았고, 이 사고로 9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대형 인명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차량의 최고 속도는 시속 100km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심 판결 – “급발진 근거 없다, 운전 미숙·과실이 원인”
1심 재판부는 차씨에게 금고 7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 “급발진에서 나타나는 특징적 신호가 발견되지 않았다”
- “피고인이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 페달로 오인해 밟는 등 의무를 위반해 가속, 제동 등을 제대로 조작하지 못해서 발생했다고 봄이 상당하다”
재판부는 각각의 피해자에 대한 사고를 별개의 범죄(실체적 경합)로 보고, 가장 무거운 죄의 형량(금고 5년)에 2분의 1을 가중해 법정 상한인 7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실체적 경합은, 여러 개의 행위로 인해 여러 개의 죄가 성립했을 때 각각의 죄에 대한 형량을 따로 선고한 뒤 이를 합산해 처벌하는 방식입니다.
2심 판결 – “하나의 행위, 상상적 경합…금고 5년”
2심은 지난 8월, 형량을 금고 5년으로 줄여 선고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차씨의 행위가 여러 범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상상적 경합은 1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실질적으로는 여러 죄가 성립하지만, 형을 부과할 때는 가장 무거운 죄 1개의 형으로만 처벌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 사건에서의 법정 상한은 금고 5년이 됩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가속 페달을 제동 페달로 (잘못) 밟은 과실이 주된 원인이 되어 사고가 발생했기에 구성요건이 단일하고, 각 피해는 동일한 행위의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 것”이라며 “각 죄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상해를 입는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고, 일부 유족에게 지급된 돈만으로는 피해가 온전히 회복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범행을 부인하는 점 등에 비춰보면 죄책이 엄중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피고인 측 주장 – “급발진” vs 법원의 판단
차씨 측은 경찰 수사 단계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줄곧 급발진을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차량 블랙박스, 주행 데이터, 사고 당시 정황 등을 종합해 봤을 때 급발진으로 볼 만한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며, 오히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혼동한 운전자의 과실이 사고의 주된 원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최종 판단 – 금고 5년 확정
대법원 2부는 2025년 12월 4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차씨에게 금고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고는 사회 관념상 하나의 운전 행위로 인한 것으로 각 죄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본 원심 판단에 죄의 수 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정리 – 대형 교통사고, 법원은 어떻게 본다?
이번 사건은 대형 교통사고에서 ‘실체적 경합이냐, 상상적 경합이냐’에 따라 최종 형량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 실체적 경합 : 여러 행위 · 여러 죄 → 형량을 합산, 상한이 더 높아질 수 있음
- 상상적 경합 : 1개의 행위 · 여러 죄 → 가장 무거운 죄 1개의 형으로만 처벌
동시에,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하더라도 객관적인 데이터와 기술적 검증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법원이 이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번 판결에서 다시 확인됐습니다.
9명이 목숨을 잃고 5명이 다친 이 비극적인 사고는, 한순간의 운전 과실이 얼마나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경고 사례로 남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