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리스타 하리의 은밀한 사생활] 3·4편

바리스타 하리와 태민 썸네일

💗☕ [바리스타 하리의 은밀한 사생활] 프롤로그 · 3·4편

비 오는 밤, 유리창 너머로 처음 마주친 바리스타 하리. 그리고 2주 뒤,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아침 9시에 카페를 찾아온 인기가수 이태민의 마음은 이미 되돌릴 수 없을 만큼 깊어져 있었다. 지금부터, 둘만 아는 비밀스러운 DAY and NIGHT가 시작된다.

프롤로그 비 오는 밤, 처음 본 그 여자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어느 밤. 스케줄을 막 끝낸 이태민(32)은 차 안에 기대어 조용히 말했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하나만요. 제일 가까운 카페에서.”

원래라면 10분이면 충분했을 일이었다. 하지만 20분, 30분이 지나도 매니저는 돌아오지 않았다. 유리창에는 빗물이 미친 듯이 흘러내렸다.

“뭐야, 왜 이렇게 안 오지…”

걱정 반, 답답함 반. 결국 태민은 우산을 하나 집어 들고 차에서 내렸다. 축축한 공기, 거리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가는 헤드라이트, 그리고 골목 끝에 작은 카페 불빛이 보였다.

카페 유리창 앞에 섰을 때, 태민은 본능적으로 발걸음을 멈췄다. 안쪽, 따뜻한 조명 아래에서 한 여자가 에이프런을 두른 채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흰 티셔츠 위로 자연스럽게 드러난 곡선, 뒤로 단정히 묶은 머리에서 떨어지는 몇 가닥의 잔머리, 주문을 받으며 허리를 살짝 기울이는 움직임까지— 모든 게 화면 속 한 장면처럼 또렷했다.

그녀가 컵을 손님에게 건네며 미소 지을 때, 조명에 비친 옆얼굴이 유난히도 부드럽게 빛났다. 그 순간, 태민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멈췄다.

‘…누구지.’ 이름도, 나이도,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상하게 가슴이 먼저 반응했다.

매니저가 허겁지겁 종이컵을 들고 나오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태민은 정신을 차렸다. 우산 끝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사이로, 카페 안의 그녀가 여전히 손님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형, 오래 기다리셨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줄이 길었어요.” 매니저의 말은 잘 들리지 않았다. 태민의 시선은 끝까지 카페 안을 떠나지 못했다.

그날 밤 이후, 그 짧은 장면이 머릿속에서 계속 재생되기 시작했다.
안무 연습을 할 때도, 곡을 쓸 때도, 샤워를 하면서 눈을 감을 때도— 떠오르는 얼굴은 이상하리만큼 똑같았다.

이름도 모르는 그 여자. 카페 안에서 커피를 내리던 그 사람.

태민은 결국 스스로에게 이렇게 인정하게 되었다.

“다시 보고 싶다. 적어도, 이름이라도 알고 싶다.”

하지만 그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인기가수였다. 아무 때나, 아무렇지 않게 카페를 드나들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팬들, 기자들, SNS. 어느 것 하나 가볍지 않았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졌고, 그래서 더 간절해졌다.

“사람들이 거의 없는 아침이라면… 그때라면, 조용히 다녀올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태민은 결심했다. 그녀를 처음 봤던 지, 정확히 2주가 지나던 날이었다.

3편 다시 찾아온 아침, 멈춰버린 심장

아침 9시. 카페 문 앞에서, 태민은 모자와 마스크를 한 번 더 고쳐 썼다.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았지만, 오늘만큼은 어떤 일정보다 이 시간이 더 중요했다.

문을 여는 순간, 고소한 원두 냄새와 따뜻한 공기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그리고—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서 컵을 닦고 있던 그녀가 고개를 돌렸다.

바리스타 김하리(27). 2주 동안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던 바로 그 사람. 똑같은 포니테일, 똑같은 조명, 똑같은 미소. 하지만 이번엔, 훨씬 가까웠다.

“아… 안녕하세요.” 하리는 늘 해오던 인사를 했지만, 오늘만큼은 목소리가 아주 조금 떨리고 있었다.

태민은 그 떨림마저 듣고 있었다. 마스크 너머로,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아메리카노… 라지 하나요.”

주문은 간단했지만, 심장은 전혀 간단하지 않았다. 마치 첫 무대에 오르기 직전 같았다. 수천 명 앞에 서는 순간보다, 지금 이 카운터 앞이 더 떨렸다.

하리는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스팀피처에 비친 자신의 얼굴 사이로 마스크를 쓴 남자의 시선이 살짝 스쳐 지나갔다.

‘…느낌이 이상해. 그냥 손님 같은데, 왠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분.’

커피가 완성되고, 하리는 조심스레 컵을 내밀었다.

“여기… 커피 나왔습니다.”

손과 손이 스치는 짧은 순간. 뜨거운 컵보다도, 그의 손끝 온도가 더 먼저 느껴졌다. 심장이 한 번 더 세게 뛰었다.

카페에서 일하는 바리스타 하리

“고맙습니다. 잘 만드셨네요.”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지만, 태민은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창가 자리로 걸어가, 모자를 살짝 벗고 마스크를 천천히 내렸다.

하리는 그 모습을 보지 않으려 했지만, 반사적으로 시선이 따라갔다. 그리고 정면으로 마주친 얼굴에,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아주 작게 새어 나왔다.

텔레비전 속에서, 무대 위에서 수없이 봤던 그 얼굴.
앨범 자켓, 뮤직비디오, 팬사인회 현수막까지 도배했던 그 이름.

—이태민. 하리가 매일 밤, 그의 노래를 들으며 잠들었던 바로 그 사람.

하리는 당황한 티가 나지 않도록 괜히 컵을 정리하거나 수저통을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귀까지 빨개지는 건 숨길 수가 없었다.

얼마 뒤, 태민은 자리를 정리하고 카운터 쪽으로 다시 다가왔다. 이번에는 발소리 하나하나가 또렷하게 들렸다.

“하리 씨.”

“…네?”

너무 자연스럽게 불려버린 자신의 이름. 하리는 놀란 눈으로 그를 올려다봤다.

태민은 살짝 웃으며, 그녀의 가슴팍을 가리켰다.

“명찰에 써 있더라고요. 김하리.” “아… 네…”

짧은 정적. 하지만 그 정적 속에서, 두 사람의 심장은 서로 다른 이유로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그리고, 태민의 입에서 조용히 한 문장이 흘러나왔다.

“…내일도 여기 오고 싶어졌습니다.”

하리는 대답하지 못했다. 다만, 심장이 요동치는 소리가 카운터 위까지 들릴 것만 같았다.

4편 하리의 밤, 태민의 새벽 — DAY and NIGHT

그날 밤, 하리는 침대에 누웠지만 좀처럼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샤워를 하고 나와 머리를 말리면서도, 카운터 너머로 자신을 부르던 목소리가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하리 씨.” “내일도… 여기 오고 싶어졌습니다.”

그 말이, 그 톤이, 그 눈빛이. 현실 같지 않은 장면들이 자꾸만 되감기 재생되었다.

결국 하리는 침대에 깊게 몸을 파묻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플레이리스트 맨 위에 있는 곡, 태민의 자작곡 〈DAY and NIGHT〉을 눌렀다.

처음 이 노래를 들었을 땐, 그냥 슬프고 예쁜 이별 노래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네 목소릴 닮은 멜로디, 떨어지지 않아…”
가사가 흘러나오는 순간, 하리는 자신도 모르게 손등을 꼭 쥐었다.

낮에 들었던 그의 실제 목소리가 노래 속 보컬과 겹쳐지며 가슴 한가운데를 찌르는 것 같았다.

‘이 노래… 원래 이렇게 벅찼나.’ 예전엔 그냥 좋은 노래였는데, 오늘은 마치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진짜 속마음처럼 들렸다.

하리는 눈을 감고 낮과 밤을 오가는 가사들을 따라가 보았다. 낮에는 카페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바리스타, 밤에는 그의 노래를 들으며 잠드는 팬. 그게 바로 자신이었다.

“나는 그냥 팬인데…”
그런데 오늘 카페에서, 그는 분명히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하리 씨.”

하리는 이불을 턱까지 끌어올리며 조용히 속삭였다.

“…왜 이렇게 심장이 아프지.”

같은 시각, 도시 반대편 작업실에서도 같은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태민은 스튜디오 의자에 기대어 자신의 곡 〈DAY and NIGHT〉을 반복 재생하고 있었다. 모니터 불빛 너머로, 오늘 카페에서 봤던 하리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비 오는 밤, 유리창 너머로 처음 봤던 그녀. 오늘 아침, 떨리는 목소리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던 그녀.

‘내가 너였던 낮, 네가 나였던 밤…’ 예전에 이 가사를 쓸 땐, 분명 전혀 다른 사람을 떠올리고 있었는데—

지금은 이상하게, 에이프런을 두르고 커피를 내리던 김하리가 먼저 떠올랐다.

태민은 펜을 들어 노트 한켠에 습관처럼 무언가를 적었다가, 곧바로 지워버렸다.

‘하리.’ 이름 세 글자를 적어봤지만, 아직은 남겨두기에 너무 솔직한 단어였다.

창밖을 보니, 낮에 멎었던 비가 다시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거리 위 가로등 불빛이 번져 보였다.

“내일도… 가야 하나.” “아니, 안 가면… 더 미칠 것 같은데.”

태민은 결국 조용히 웃었다. 이미 대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는 내일도, 그 카페로 갈 것이다.

감성적인 카페 야경

낮에는 손님과 바리스타, 밤에는 노래와 팬으로만 이어져 있던 두 사람. 이제 천천히, 서로의 하루가 섞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바리스타 하리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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