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리스타 하리의 은밀한 사생활] 1·2편
바리스타와 인기 가수, 절대 들켜선 안 되는 비밀 로맨스가 시작됩니다. 부드러운 매력을 가진 김하리(27)와 강렬하고 저돌적인 이태민(32)의 특별한 만남— 그 첫 장면을 함께 볼까요?
1편 카페에 나타난 이상한 남자
아침 9시. 늘 그렇듯, 바리스타 김하리(27)는 조용히 카페 문을 열었다. 따뜻한 조명 아래 반짝이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닦는 게, 그녀의 하루를 여는 첫 번째 루틴이었다.
유리창을 타고 들어오는 햇살이 하리의 옆얼굴과 긴 속눈썹을 부드럽게 스쳤다. 커피 향과 햇살, 잔잔한 음악. 오늘도 별일 없이 지나갈 것 같은 평범한 하루처럼 보였다.
그때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하게, 한 남자가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검정 모자, 마스크. 그런데 이상했다. 조용히 서 있을 뿐인데도, 공기 전체가 살짝 달라진 느낌이었다. 하리는 손을 멈추고, 의식하지 못한 채 그쪽을 바라봤다.
“아… 안녕하세요.” 늘 하던 인사였는데, 오늘은 목소리가 아주 살짝 흔들렸다. 그걸 눈치챘는지, 남자는 마스크 너머로 조용히 눈웃음을 지었다.
“아메리카노… 라지 하나요.”
짧고 낮은 목소리. 그런데 묘하게 귀에 남았다. 말투가 익숙한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는 그 느낌.
하리는 커피를 내리면서 스팀피처에 비친 모습을 흘끗 봤다. 그 안에는… 분명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시선이 담겨 있었다.
부드럽지만 강한, 뭔가를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 괜히 심장이 한 번 더 세게 뛰었다.
“여기… 커피 나왔습니다.”
컵을 건네는 순간, 두 사람의 손끝이 아주 잠깐 스쳤다. 그냥 지나가도 될 만큼 짧은 접촉이었는데, 이상하리만큼 오래 남는 온기였다.
남자는 컵을 받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고맙습니다. 잘 만드셨네요.”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했다. 자신감 넘치는데도 건방지지 않은 톤. 하리는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자는 창가에 앉아 모자 끝을 살짝 올렸다. 그리고 마스크를 천천히 벗는 순간— 하리는 무심코 숨을 멈췄다.
그 얼굴, 어딘가 너무 익숙했다.
날렵한 턱선, 깊은 눈매,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인상.
TV 속에서, 무대 위에서 수없이 본 적 있는 얼굴.
‘…어?’ 머릿속에서 하나의 이름이 천천히 떠올랐다.
태. 태… 민…?
아니겠지. 설마, 여기 같은 동네 카페에…? 하리는 속으로 스스로를 다그쳤다. 하지만 눈을 떼지 못했다.
그때, 남자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시선을 들었다. 그리고 정면으로 하리를 바라봤다.
그 눈빛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눈치챘어요?”
하리는 깜짝 놀라 뒤로 한 발 물러났다. 그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남자는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맞았다. 이 남자, 그 태민이었다.
무대 위에서 수천 명의 시선을 받던,
화려한 조명 아래 서 있던 그 사람.
하리는 아무렇지 않은 척 테이블을 닦는 시늉을 하며 등을 돌렸다. 하지만 귀까지 뜨거워지는 걸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다가왔다. 오늘은 발걸음 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렸다.
“하리 씨.”
“…네?”
갑자기 이름을 불러서, 하리는 놀라 고개를 들었다. 남자는 시선을 아래쪽으로 가볍게 떨구었다가, 다시 그녀의 눈을 바라봤다.
“내일도… 여기 있을 거죠?”
하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내일도 있을 거냐’는 질문보다, 자신의 이름을 너무 자연스럽게 부르는 그 목소리가 더 신경 쓰였다.
“…저를… 어떻게…”
남자는 눈웃음을 지으며, 카운터 아래를 슬쩍 가리켰다.
“명찰에 써 있어요. 김하리.” “아… 네…”
“그리고…”
잠깐의 침묵. 목소리가 조금 더 낮게 가라앉았다.
“…내일도 여기 오고 싶어졌습니다.”
그 한 문장이, 생각보다 깊게 박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미 시작된 것 같은 기분.
그날 밤, 하리는 침대에 누워서도 커피 향, 낮은 목소리, 스치던 손끝의 온기를 머릿속에서 떼어낼 수 없었다.
—뭔가 잘못된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싫지 않았다.
2편 두 번째 방문 — 가까워지는 거리, 내려가는 경계선
다음 날 아침, 하리는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카페에 나왔다. 문을 열고, 조명을 켜고, 커피를 세팅하는 손이 어느 때보다 바빴다.
‘그냥 손님이야. 그냥 유명인일 뿐이지.’ 스스로를 다독이면서도, 문 쪽으로 시선이 자꾸만 가는 걸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예상보다도 빨리— 문이 ‘찰칵’ 하고 열렸다.
이번에는 모자도, 마스크도 없었다. 흰 셔츠의 단추를 두어 개 풀어 느슨하게 입은, 조금은 피곤해 보이지만 여전히 눈에 띄는 남자. 하리는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목소리는 어제보다 조금 더 가까웠다. 하리는 괜히 시선을 피해, 컵 정리하는 척하며 인사를 했다.
“아… 안녕하세요.”
“오늘도 아메리카노… 라지 하나요.”
주문은 똑같았지만,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하리는 커피를 내리면서도, 등 뒤로 느껴지는 시선 때문에 온 신경이 예민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스팀 소리 사이로,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리 씨는요.”
“…네?”
“원래 이렇게 시선을 잘 피하나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하리는 움직이던 손을 멈췄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봤다.
“저… 그런가요?”
태민은 대답 대신, 그저 하리를 가만히 바라봤다. 관찰하듯, 그리고 조금은 즐기듯.
커피를 건네는 순간, 또다시 손이 스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제보다 조금 더 길게, 잡히려다 놓치는 듯한 애매한 시간이 흘렀다.
하리가 당황해서 손을 빼려는 순간, 태민이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손… 차네요.”
“…네?”
“아침이라 그런가? 아니면…”
끝맺지 않은 말. 하리는 괜히 커피잔만 더 꼭 쥐었다.
시선이 손끝에서부터 천천히 위로, 손목과 어깨, 얼굴로 올라오는 느낌.
실제로 닿은 건 손뿐인데,
이상하게 몸 전체가 긴장되는 기분이었다.
“…아니면 긴장하신 건가, 싶어서요.”
장난처럼 말했지만, 눈빛은 장난이 아니었다. 하리는 입술을 한 번 깨물고, 억지로 웃음을 만들었다.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럼 다행이고요.”
태민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다시 한 번 하리의 손가락 끝을 바라봤다. 마치 일부러, 그녀가 더 의식하게 만들려는 것처럼.
그는 창가에 앉아 조용히 커피를 마셨다. 핸드폰을 잠깐 보는 듯했지만, 유리창에 비친 시선은 계속 카운터 쪽을 향하고 있었다.
한참 후, 태민이 자리에서 일어나 카운터로 다가왔다. 오늘은 발걸음 소리가 더 또렷하게 들렸다.
“하리 씨.”
“…네.”
이번에는 놀라지 않고, 조용히 눈을 마주했다. 그게 더 위험한 선택이라는 걸, 하리는 아직 잘 몰랐다.
“내일도 있어요?”
“네… 아마도요.”
태민의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갔다.
“그럼 내일도… 여기 오고 싶어지겠네요.”
그 말에는, ‘커피가 좋아서’라는 뜻만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문이 닫히고, 그의 발소리가 멀어질 때까지 하리는 제자리에서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가슴은 쿵쿵 뛰고, 손끝은 아직도 따끔거렸다. 단지 두 번 마주쳤을 뿐인데, 일상이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 기분.
머리로는 알았다. 이 남자는 위험하다고. 너무 잘 알려진 사람이고, 자신의 세계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그런데도—
“그래도… 내일도 왔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이, 이미 가슴 깊은 곳에 내려앉아 있었다.
이렇게, 바리스타 하리와 가수 이태민의 은밀하고도 자극적인 비밀 로맨스는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